Page 26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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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거목이 생뚱맞게 건물 사이에 있는 것이 이상한데 원래 주사청의 면적은 지금보다
            넓었다고 해요. 1981년에 도시정비라는 명목으로 이로당 앞에 새로운 도로가 나면서
            주사청 부지가 도로에 편입된 것으로 보면 됩니다. 그렇다면 곰솔은 원래는 주차청의 부지
            안에 그런대로 여유 있게 자리 잡고 있었겠지요.
               노거수 곰솔을 펜스 밖에서 바라보면 2m 높이에서 건물내로, 즉 뒷쪽으로 거의

            꺾인 상태로 4~5m 가량 후진하다가 다시 앞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 신기합니다.
            그러다가 다시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형상이니 꼭 승천하는 용틀임을 연상합니다. 그
            앞에서 가까이 보면 영낙없다는 느낌이 절로 들어요. 그래서 용의 나무라는 용송(龍松)
            이라는 이름도 얻었구요. 여기에 더해 인상적인 점은 대형 바닷거북 등껍질(龜殼:
            구각)처럼 보이는 거북 갑옷(구갑)이 튼튼하게 나무줄기(목경)를 보호하는 점이에요.
               그렇다면 어린나무였을 때 앞뒤로 꺾이는 부상에서 겨우 회생했고 줄기가 굵어지면서
            수백년을 지탱할 힘을 얻었잖아요. 그리고 이 소나무는 튼튼한 갑주(갑옷과 투구)를
            둘렀으니 앞으로도 갑주무사처럼 나주 시민 곁에 오래오래 남아 남도의 생태적 가치를
            지겨줄 겁니다.

               그리고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속담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노거수 해송은
            많은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  속담은  자손이  가난해지면  선산의  나무까지  모조리
            팔아버리지만 줄기가 굽어 쓸모없는 나무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즉, 굽은 나무가 목재로 쓰일 일 없고 곧게 잘 자란 나무는 목수들이 집을 짓기 위해 먼저
            베어내게 되잖아요.
               이와 같은 뜻을 가진 다른 말도 있어요. 흔히 듣는 얘기로 똑똑하다고 잘 가르쳐 놓으면
            부모곁을 떠난다고 하지요. 성공했다는 자식은 부모 곁에 남아 있지 않아도 조금 모자란

            자식이 부모곁을 지키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접하게 됩니다.
               실제로 자식을 잘 가르쳐 놓으면 처갓집 좋은 일만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애써 잘
            가르치고 뒷받침하여 성공시켜 좋아하지만 정작 잘 양육한 부모에게는 큰 혜택이 없는
            쓸쓸한 현실을 우리는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굽은 나무 이야기는 워낙 시사하는 바가 커서 이솝 우화에도 있어요. 쭉쭉 뻗은
            전나무가 자랑합니다. “나처럼 쭉 뻗고 우람해야 큰 배를 만들 수 있지 않겠어?” 그러자
            옆에 있던 가시나무가 대꾸합니다. “도끼에 찍혀 나가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군...”
               중국 고사에도 이런 비슷한 사례가 나옵니다. 중국의 사상가인 노장사상의 대가
            장자가 어느 날 숲속을 지나다가 나무꾼을 만났어요. 그런데 나무꾼이 잎과 가지가

            무성한 한 나무를 베려다가 그만두는 것이었어요. 장자가 그 이유를 묻자 “별 쓸모가 없을
            듯해서요”라고 답했어요. 산길을 더 가다가 장자는 그 사건을 두고 중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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