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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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만 아직 족보에 오르지는 못했군요. 반면 우측 마당 입구에는 역시 600살이 넘은
팽나무가 두 팔을 활짝 펴고 하늘로 치솟아 그 기세를 자랑하군요. 가지가 뻗어나간 부분의
가슴높이 둘레는 실측상 5.1m이니 매머드급이 아닐 수 없지요.
절이 남향을 향하고 있어도 깊은 골짜기, 깊은 숲속이라 기울어진 사간의 팽나무
줄기에는 짙고 맑은 이끼가 끼어 신선감을 줍니다. 이토록 도타운 이끼가 밑동에서부터
수하고 너머까지 끼어 있으니 일등급 환경과 청정 대기를 자랑하겠지요...
밑동 근처의 줄기 사이에는 불자들이 입출할 때 정성들여 한땀한땀 쌓아올린 자그마한
돌탑이 눈길을 끄는군요. 그들의 작은 바람이 하나하나 불심으로 이어져 극락세계로
안내하길 기원하는 데까지 상념이 이어지는군요. 어쩜 이렇게 촘촘히 줄기 가득 메운
유록의 이끼가 선명하고 유려한지 그저 영탄스러울 뿐입니다. 깊은 인상을 받은 탐방객은
한 번의 답사라도 오랫동안 잊을 수는 없을 것같습니다. 어떤 관광지는 이끼원이라는
별도의 정원을 만들어 놓기도 했지만, 이곳 팽나무의 자연 이끼는 실로 명품이 아닐 수
없답니다. 이토록 눈부신 이끼가 산 절로 물 절로 자라는 것은 깊은 골짜기와 깊은 숲속의
수증기가 절로 만들어 낸 걸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어찌나 폭신폭신한지 손으로
눌러보아도 양탄자보다 더욱 탄력이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어찌나 보드라운지 비단산
금성산의 속살이라고 해야겠어요.
그뿐이 아니랍니다. 만추의 계절엔 천공에 걸린 듯 아슬아슬하게 비탈에 매달린
애기단풍나무의 불타는 듯한 단풍은 산사를 물들이는 천산홍엽의 백미가 됩니다.
저렇게 붉게 불타는 단풍나무가 숨죽이게 만드는 장엄한 경관은 진정 깊은 가을의
비경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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