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3 - 나무이야기여행_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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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비좁은 비탈에서 다보사 보호수는 스스로 보물이 되다
나주의 진산인 금성산은 비단산이라는 별칭이 있는데, 그 안쪽 깊은 골짜기에는 보석
같은 다보사(多寶寺)가 있습니다. 아담하지만 문화재가 많은 천년 고찰인 다보사는 남쪽
기슭의 깊숙한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지요. 입구인 한수제 호수를 지날 때까지는 아름다운
금성산 마냥 산세가 부드럽지만, 마지막 산사를 오를 때는 그 경사가 가팔라 깊은 산속의
신비와 고요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다보사는 마치 금성산의 8부 능선의 일부인 것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숙연한 모습으로 찾는 이를 말없이 맞아줍니다.
그 규모가 아담하지만 여러 전각을 두루 갖추고 있는 천년고찰로서 좁은 골짜기의
경사지를 잘 살려 배치된 가람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지요. 비좁다는 첫인상이 주는
협소감은 이내 이곳만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되면서 이곳에 꽉 찬 정기와 지기를 느끼게 될
거예요.
가파른 산세가 압도적인 분위기로 산사의 경내를 꽉 메우고 있지요. 그런데도 이곳에
수림이 꽉 들어차 있는 정경은 뭔가 고요하고 엄숙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숲이 주는
음지의 풍요는 보호수 줄기에 가뜩 낀 이끼가 상징적으로 말해 주는군요.
다보사는 661년(신라 태종무열왕 8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집니다. 전설에
따르면, 금성산에서 초옥을 짓고 수행하던 스님이 땅에서 솟아난 칠보로 장식된 큰 탑
속에서 다보여래(多寶如來)가 출현하는 꿈을 꾼 뒤 사찰을 창건했다고 하지요. 그래서 절의
이름을 다보사(多寶寺)라 했다고 하는군요.
천년이 넘는 고찰이니 1184년(고려 명종 14년) 보조국사 지눌이 중건했고, 1568년
(선조 1년)에는 서산대사가 중창했다고 전해집니다. 그 이후에도 18세기 말에 여러 건물이
중수된 기록이 확실히 남아있는데 이때 중수된 가람의 규모가 현재에 이른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입구 주차장에서 마주하게 되는, 급경사에 잇대 건축된 4층 선원을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면 큰 인식의 오류를 빗게 됩니다.
다보사는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선불교의 법맥을 잇는
선방(禪房)으로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 이후에도 면면히 명맥을 이어오면서 여러 건물이
유지되었는데 아담한 대웅전은 정면 3칸·측면 2칸의 겹처마 맞배지붕 건물로서 전라남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지요. 보물 1343호로 지정된 ‘다보사 괘불탱’도 다보사의 자랑거리
입니다.
밑동에서부터 비등한 크기의 두 가지로 자란 보호수 느티나무는 700살이 넘었는데
위험한 비탈에 자리 잡아 둘레는 잴 수 없답니다. 대웅전 마당 앞에서 우람하고 푸르른
녹음을 자랑하지요. 앞마당에서 산하를 굽어볼 때, 좌측에도 규모가 비슷한 느티나무가
제1장 천년 목사 고을을 지켜온 나무 4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