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문화재단은 없어져야 합니다
- 등록일 2026.03.27 17:02
- 조회수 47
- 등록자 김진호
나주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을 살리고,
이 땅의 예술가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재단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고 있습니까.
재단은 출범 이후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외부 공연을 초청하고, 전시를 기획하고,
각종 행사를 만들어 왔습니다.
겉으로 보면 활발합니다.
성과도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작품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
나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무대 위에
정작 나주의 예술가는 보이지 않습니다.
재단은 설립되자마자
현장에 묻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어려운지,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구조가 있어야 살아남는지.
단 한 번도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외부 공연을 들여오는 일이었습니다.
상당한 예산을 들여
이미 완성된 작품을 가져오고,
그 공연을 시민에게 다시 판매하는 방식.
그것이 이 재단의 출발이었습니다.
출발은 방향입니다.
이 재단은 처음부터
사람이 아니라 콘텐츠를 선택했고,
축적이 아니라 소비를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재단이 발표하는 수많은 성과와 수치는
과연 무엇을 증명하고 있습니까.
공연 횟수, 관람객 수, 예산 집행률.
그 화려한 숫자 속에
나주의 예술가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 수치가
지역 예술가의 삶과
이 지역 문화의 축적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외지 기획사에 지불한 상당한 금액의 영수증이
어떻게 나주 문화의 성적표가 될 수 있습니까.
이것은 성과가 아닙니다.
문화적 분식회계입니다.
재단은 지금
나주의 문화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나주의 세금을 외부로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단을 유지하기 위해 쓰이는 수억의 운영비와 인건비,
그 예산이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돈이면
이 지역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1년 내내 끼니 걱정 없이
무대에 서고,
창작에만 몰입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를 살리기 위해 만든 재단이
지금은
예술가의 시간을 말려
조직을 유지하는 구조가 된 것은 아닙니까.
저는 45년을 이 지역에서 버텨왔습니다.
공연 소식이 전해지면
동네 사람들이 옵니다.
이웃이 오고,
함께 살아온 사람들이 오고,
말하지 않아도 객석이 채워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차마 “돈을 내고 들어오십시오”라는 말을 하지 못합니다.
무료 공연이지만
그분들은 결코 가볍게 보고 가지 않습니다.
깊게 보고,
조용히 울고,
말없이 돌아갑니다.
그것이 지역의 예술입니다.
그것이 이 땅이 쌓아온 문화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행정의 전화 몇 통으로 채워진 객석은
동원된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우리 공연을 보고
말없이 눈물 훔치고 돌아가는
이웃의 뒷모습은
이 지역이 쌓아온 삶의 역사입니다.
재단은 숫자를 채우고 있지만,
우리는 사람을 만나왔습니다.
재단은 관객 수를 계산하지만,
우리는 마음을 쌓아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나주시는 왜
보여지는 숫자에는 열광하면서,
이 땅에서 쌓여온 사람의 시간은 외면하고 있습니까.
그런데 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가 주관하는 행사에는
행정이 움직이고,
이·통장이 함께하고,
여러 방식으로 시민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시장까지 참여하면
그 행사는 도시의 일이 됩니다.
시민들을 정중하게 모시고,
함께해야 할 행사로 만들어냅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왜 지역 예술단체의 공연에는
그 단 한 번의 노력조차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았습니까.
왜 시는
자신이 만든 행사에는 시민을 모시면서,
지역이 만들어온 공연에는
단 한 번도 시민을 모시는 방식을 고민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현장에서 이런 장면을 경험합니다.
관계자들이 공연을 온전히 감상하기보다
잠시 들렀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감상하러 온 자리라기보다
업무를 확인하는 과정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
예술은 함께 향유하는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으로 인식됩니다.
존중받아야 할 예술이
관리의 대상이 되는 순간,
현장은 깊은 상실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이 재단은
탄생부터 잘못되었습니다.
단 한 번이라도
이 지역 예술가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까.
정말 필요한가.
어떤 구조가 필요한가.
수십 년을 버텨온 사람들에게
단 한 번의 질문도 없이 만들어진 조직.
이것은 행정일 수는 있어도
문화는 아닙니다.
문화는 사람 위에 세워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 없는 정책은
배려가 아니라 폭력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 폭력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지원금이
창작을 돕는 마중물이 아니라
침묵을 강요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는 것을.
공모에 떨어질까 봐,
관계가 끊어질까 봐,
비판을 접는 구조.
이것은 지원이 아니라
길들임입니다.
재단의 예산은
누군가의 시혜가 아닙니다.
이 지역에서
오랜 시간 버텨온 현장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또 하나 묻겠습니다.
누가 더 전문적입니까.
이 지역에서
수십 년을 버텨온 예술가입니까,
아니면
이곳의 맥락도 모른 채
기획을 말하는 외부 인력입니까.
흙먼지 한 번 마셔보지 않은 사람들이
지역의 문화를 기획하겠다고 나서는 이 구조.
이것은 전문성이 아니라
오만입니다.
현장의 역사보다
행정의 권한이 위에 서 있는
뒤집힌 질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묻습니다.
이 재단은
조직을 위해 존재합니까,
문화를 위해 존재합니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행사가 아닙니다.
구조입니다.
재단이라는 조직이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는 사람 중심의 구조.
행정이 아니라
예술가가 주인이 되는 구조.
그래서 말합니다.
나주문화재단은
지금의 방식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예술가는
권력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 앞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이제는 침묵해서는 안 됩니다.
침묵은 구조를 유지시키고,
침묵은 부조리를 정상으로 만들며,
침묵은 결국 우리를 사라지게 만듭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예산이 아니라 용기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사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재단이라는 성벽을 허물고,
그 예산을
현장 예술가의 창작으로 돌려야 합니다.
관료가 기획하는 축제가 아니라,
예술가가 만드는 광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당신들의 화려한 영수증이 되기 위해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려움을 먹고 자라는 구조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구조로 바꾸기 위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선언입니다.
- 담당부서 총무과 전산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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