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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 나주에서 하룻밤

  • 등록일 2026.09.26 10:14
  • 조회수 17
  • 등록자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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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찾아왔습니다.

이번 추석에는 조금 특별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저와 입양으로 가족이 된 첫째, 가정위탁으로 함께 생활하고 있는 막내, 그리고 제가 보육원에서 학습봉사를 하며 인연을 맺은 초등학교 6학년 아이까지, 이렇게 남자 넷이서 나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아이 셋과 함께하는 여행이다 보니 출발 전부터 조용하고 평화로운 여행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역시나 차 안에서부터 이야기와 장난이 끊이지 않았고,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어느 순간에는 언제 다퉜냐는 듯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인가 봅니다.

특히 이번 여행에 함께한 초등학교 6학년 아이는 곧 중학생이 됩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왔고, 오랜 시간 부모님을 만나지 못한 채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때 야구선수를 꿈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 한편이 뭉클했습니다.

제가 그 아이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도 없고, 지나온 시간을 대신 채워줄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여행만큼은 걱정이나 외로움을 잠시 내려놓고 또래 아이들과 마음껏 뛰고, 웃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즐거운 기억 하나를 간직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여행지를 고민하다 선택한 곳이 나주였습니다.

맛있는 나주배로 유명하고 역사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도시이기도 하지만, 여행객들을 위한 관광 인센티브 제도가 있어 여행 경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아이 셋과 함께 움직이다 보면 숙박비부터 식비, 간식비 등 생각보다 지출이 많아지는데 이런 관광 지원 제도가 가족이나 아이들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 가운데 하나는 우습제 생태공원이었습니다. 넓게 펼쳐진 연잎들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어른인 저도 한참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자연을 가까이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화려한 놀이시설이 없어도 넓은 자연 속에 있으면 아이들은 스스로 놀거리를 찾아냅니다. 서로 장난을 치고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모습에서 평소와는 또 다른 여유가 느껴졌습니다.

영산강변 근린 체육시설도 방문했습니다. 아직 완전히 조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조금 아쉬웠지만, 공간 자체가 넓고 탁 트여 있어 남자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들은 넓은 공간만 있으면 금세 자기들만의 놀이터를 만들어냅니다. 축구를 좋아하고 야구를 좋아하고 자전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라 넓은 공간을 보자마자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이나 게임, 유튜브 방송, 포켓몬스터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 녀석들이지만 야외에 나오니 역시 뛰어노는 것이 가장 즐거운 모양입니다.

셋이 사이좋게 놀다가도 금세 다투고, 조금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 웃으며 뛰어다닙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것 역시 이번 여행에서 제가 얻은 작은 즐거움이었습니다.

금성관 앞 넓은 잔디광장도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른들에게 금성관은 나주의 역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의미 있는 장소이지만, 활동량 많은 남자아이들에게는 넓은 잔디광장 자체가 훌륭한 놀이터였습니다.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에게 꼭 비싸고 화려한 관광지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함께 달릴 친구가 있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잔디밭이 있고, 배가 고프면 함께 밥을 먹고, 차 안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축구와 야구, 자전거와 게임, 포켓몬스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남자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는 여행이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았습니다.

서로 의견이 달라 목소리가 커지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로 삐치기도 하고, 장난이 지나쳐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좋아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금세 하나가 됩니다. 축구와 야구 이야기, 자전거 이야기, 게임 방송과 포켓몬스터 이야기만 나오면 세 아이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것이 어쩌면 이런 과정의 반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투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배우고, 화해하면서 관계를 배우고, 함께 뛰어놀면서 좋은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 말입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저 역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가족이 되는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과 사람이 인연을 맺는 방법 역시 참 다양합니다. 입양으로 만난 아이도 있고, 가정위탁으로 함께 생활하게 된 아이도 있으며, 봉사를 통해 알게 된 아이도 있습니다.

서로 살아온 환경과 사연은 다르지만 아이들이 함께 웃고 뛰어노는 순간만큼은 그런 차이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야구선수를 꿈꾸던 아이가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도 있고, 전혀 새로운 꿈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축구와 자전거, 게임과 포켓몬스터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몇 년 후에는 또 다른 꿈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어른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이들의 꿈을 대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도록 곁에서 응원해 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나주 여행이 아이들에게 거창한 의미로 기억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때 추석에 나주에 가서 실컷 뛰어놀았지.”

“연잎이 정말 많았어.”

“금성관 앞 잔디밭에서 재미있게 놀았지.”

훗날 그런 평범한 기억 하나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좋은 추억은 꼭 특별한 사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하루 속에서 함께 웃었던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주의 넉넉한 자연과 넓은 공간 속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고, 저 역시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아이들을 조금 더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관광 인센티브 덕분에 여행 경비 부담도 줄일 수 있어 더욱 감사한 여행이었습니다.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도 도움이 되고, 자연스럽게 지역 곳곳을 둘러보게 한다는 점에서 좋은 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주에서 보낸 짧은 1박 2일.

아이들이 웃고 뛰어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 가지 소망을 가져봅니다.

아이들이 지금까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든 그것 때문에 앞으로의 가능성이 제한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게 성장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찾아가며 각자의 꿈을 자유롭게 펼쳐나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힘들 때 꺼내볼 수 있는 행복한 기억 속에 이번 나주 여행도 작은 한 페이지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넓은 연잎으로 반겨준 우습제 생태공원,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던 영산강변,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금성관 앞 잔디광장까지.

화려하지 않아도 참 따뜻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아름다운 공간과 여행의 기회를 마련해 준 나주에 감사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도 지금처럼 마음껏 웃고 뛰며 건강하게 자라고, 각자가 품은 꿈을 자유롭게 펼쳐나가기를 소망합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천천히, 아직 가보지 못한 나주의 여러 곳도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고 싶습니다.

즐겁고 따뜻한 추억을 선물해 준 나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