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을 손에 쥐여주신 나주향교 해설사 양순용 선생님을 칭찬합니다
- 등록일 2026.06.18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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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자 전상현
2026년 6월 17일, 흐린 날 나주향교를 찾았다가 뜻밖의 귀한 인연을 만났습니다. 가슴에 ‘향교 안전경비근무자’ 명찰을 단 해설사 양순용 선생님께서, 한 시간 반 동안 나주향교와 금성관에 깃든 천 년의 역사를 그 누구보다 상세하고 생생하게 들려주셨습니다. 그 시간이 너무도 깊고 따뜻하여, 이렇게 감사의 글을 올리며 나주시가 선생님의 헌신을 알아주시기를 청합니다.
선생님은 설명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끌어 주셨습니다. 무심히 지나칠 자리마다 가만히 제 소매를 끌어 세워 주셨고, 그때마다 천 년의 한 겹이 열렸습니다.
명륜당에서는 오래된 목재 기둥에 제 손을 얹게 하고 두드려 보라 하셨습니다. 그러더니 천 년을 떠받친 그 기둥에게 “너무나도 고생했다, 이제는 책임을 내려놓고 편히 쉬어라” 하고 작별의 인사를 건네셨습니다. 수명을 다한 부재를 그렇게 따뜻한 말로 보내 드리는 모습에, 한참 동안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대성전으로 오르는 돌계단의 소맷돌이 용의 형상이라는 것도, 선생님이 이끌어 주시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오랜 수련 끝에 잉어가 용으로 승천한다는 등용문의 뜻을 들으며, 이 배움터의 돌 하나하나가 옛 유생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었음을 알았습니다.
가장 오래되었다는 서측 토석담 앞에서는, 지붕이 갈라지면 빗물이 스며 담장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안타까움을, 그리고 그 역사의 흔적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하는 고민을 들려주셨습니다. 내삼문의 낡은 문짝에 남은 수많은 못 자국을 두고는, 세월이 새긴 수리의 흔적을 하나하나 짚어 주셨습니다.
대성전 앞 은행나무 이야기는 잊히지 않습니다. 태조 이성계가 왜구를 토벌하던 시절의 인연으로 심었다 전해지는 그 나무가, 1900년대 화재로 거의 타 죽을 뻔했다가 강한 생명력으로 다시 잎을 틔워 지금은 용이 승천하는 형상을 띠고 있다고, 나무를 올려다보며 들려주시던 목소리가 오래 남습니다. 공자의 행단이 본래 살구나무였다는 정겨운 사연까지, 선생님의 이야기에는 깊이와 재미가 함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성관으로 이끌어, 객사인데도 격 높은 팔작지붕을 이고 있어 한때 건립 시기를 두고 의심받았던 이 건물이 고증을 통해 마침내 보물로 지정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지금은 백사십 년 만의 해체수리가 한창인 그 현장 앞에서, 천 년을 지켜 온 한 건물의 무게를 새삼 느꼈습니다.
저는 구조를 다루는 엔지니어입니다. 늘 직업의 눈으로 건물을 먼저 보는 사람인데도, 선생님이 이끄시는 손을 따라가는 동안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천 년의 결이 한 겹씩 열렸습니다. 무심히 지나쳤을 자리를 굳이 데려가 보여주신 그 정성과, 천 년의 역사를 자신의 일처럼 사랑하고 기억하는 그 깊이에 깊이 감동했습니다.
이름조차 화려하지 않은 명찰을 단 한 분이, 한 시간 반 동안 천 년을 제 손에 쥐여 주셨습니다. 이런 분이 나주의 문화유산을 지키고 알리는 자리에 계시다는 것이, 나주를 찾는 방문객에게 얼마나 큰 복인지 모릅니다. 부디 선생님의 노고가 마땅한 인정과 격려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귀한 하루를 선물해 주셔서,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 담당부서 총무과 총무
- 전화 061-339-8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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